때때로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시도를 즐기곤한다.

그럼으로써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기분전환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하여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도 하기도 하는데,

일년에 한번 정도는 이런 재미난 일탈을 즐기는 것도 인생의 묘미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2014년도에 다녀온 지리산종주가 그랬다.

평소 등산을 즐겨하지는 않지만, 또 막상 가게되면 즐겁게 가곤 하는데

등산매니아들이 즐긴다는 종주라는 것이 문득 하고 싶어졌고,

나름 군대에서 누구못지않게 산을 많이 탔기 때문에

예전에 그 힘들었던 기억을 반추하며 예전 그 혈기넘치던(지금은?)

모습을 다시금 발견하고 싶은 마음에 충동적으로 도전하게 되었다.

 

지리산종주를 계획하게 되면서

각종 정보들을 수집하였으나,

귀찮기도하고... 나중에 추가 보완할 목적으로

우선은 사진과 간단한 스토리만 올리기로 한다.

 

지리산 종주는 일정과 코스에 따라 다양한 루트가 존재하는데,

내가 선택한 일정 및 루트는

1박2일 일정으로,

성심재를 출발하여 세석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천왕봉을 등정한후 하산하는 코스이다. 

새벽같이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1박2일을 택한 사람들은

그전 날 밤 막차로 구례구역에 도착하여 종주를 시작하는게 일반적이며,

나 역시 같은 방식을 택하였다.

 

드디어 시작!
 
AM 3시 3분정도에 구례구역에 도착하였는데,
역 바깥으로 나오면 택시들이 줄을 서있고
눈치껏 주변 사람들과 합승해서 일인당 만원씩 내고 타면
성심재까지 데려다 준다.
사실 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시간도 단축할 겸, 체력도 비축할겸 택시를 타기로 하였다.


택시를 타고 성심재에 도착했는데...
아직 해가 나지않아 온세상이 깜깜하여 난감하였다.
게다가 함께 택시를 타고온 동행분들은 2박 3일 일정이라 
아직 너무 시간이 이르다며 잠시 쉬어가겠다고 하니.. 
그 어두컴컴한 길을 나혼자 출발하게 되버렸다.
 
설상가상 헤드랜턴도 가져오지않아 스마트폰의 랜턴 기능을 이용했는데
지리산 종주라는 대장정(?)에는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출발이었다.
 
어쨌든 어둠속을 하염없이 걷기 시작한지 30분이나 흘렀을까?
슬슬 동이 트기 시작한다.
 

 

>주변이 많이 밝아지면서 발견한 표지판. 
25.9키로라.. 예상은 했지만 갈길이 멀다.
 
 
조금 더 가다보니 노고단대피소가 보였다. 
보통 이곳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듯하고 나역시 이곳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용산역 롯데리아에서 구매한 식은 햄버거와 사이다로 아침을 순식간에 해결하였는데, 다소 부실한 느낌이 들었지만 충분한 간식을 가져온 사실을 상기해내고는 힘차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 이곳을 넘어서면 노고단고개가 나오는 것일까?

벌써부터 헥헥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뭔가 힘든 느낌이 든다. 역시
등산을 평소에 꾸준히 하지 않은 티가 이렇게 난다.

> 드디어 발견한 노고단 고개!

...를 알리는 표지판.

 
 
>저 멀리 보이는 곳이 노고단 고개라고 한다.

실제 노고단 고개는 길에서 벗어나서 잠시 0.7키로 정도 들어갔다가
나와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 잠시 고민했다. 

고민끝에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컸다.
벌써부터 힘든 느낌이 드는데,
나는 오늘 20키로 이상의 산행을 해야하니 말이다.

>아쉽지만 사진한컷 남겨두고 출발~!!
그야말로 첩첩산중.. 안개가 그윽하니 멋지다.

> 25.5키로.. 남았다.
앞으로 이렇게 생긴 표지판을 2일 내내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반갑기도하고 좌절스럽기도(?) 하다. 
(뭐 이자식아? 아직도 그만큼이나 남았다고??)

> 어딜가나 양심없는 인간들이 있다.
들고 갈까하다가… 
등산 초반인데 끝까지 가져갈 자신이 없어서 
그냥 지나칠수 밖에 없었다

>등산로 곳곳에서 볼수 있었던 곰출현주의… 
혼자 등산을 하다보니 정말 곰이 나타나면 어쩌나 싶은 생각도
종종 들었다. 정말 힘들때는 헛것이 보이기도 하고..
어쨌든 생각보다 무섭긴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평탄한 길들..
아직은 제법 다닐만하다. 공기도 상쾌하고 새소리도 좋고~!

 

> 뜻하지않게 일출장면을 보게되었다.
첩첩산중 속에서 웅장하게 솟아오르는 저 해를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니 한숨인가?

> 돼지령에 도착했다. 슬슬 몸도 적응을 하는지 걸을만 하다. 

>갈림길이라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길은 하나뿐이 었다.
나머지 하나는 막혀있다... 살다보면 막힌 길을 자주 선택하곤했는데 여기서도... 

>임걸령에 도착했다. 아직도 할만하다. 
생각보다 페이스가 빠른 편이고, 자신감도 슬슬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 난 수색대 출신... 무전기 매고 산을 뛰어다니던 시절을 떠올려보았다.

> 임걸령에 있는 약수터..자칫 못보고 지나칠 뻔했으나, 누군가의 후기에서 본 기억이 있어 들렀다. 물이 정말 시원했다.

물을 보충하고 바로 별다른 휴식없이 바로 출발~!
아직은 정말 할만하다!

 

>나무사이로 비추는 햇빛이 참 아름답다.
이리오라 손짓하는 햇살.

> 노루목에 도착했다.

 

>요녀석은 딱따구리인것으로 추측되는데 
 여간 새침한것이 아니다. 
 
 

 

>어느덧 안개가 걷히고, 
숨어있던 저멀리 산등성이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 삼도봉에 도착했다. 슬슬 힘들다.
 
아니 사실 노루목에서부터 힘들었고
삼도봉에서는 상당히 지친 느낌을 받았다.
 

>전라남도,전라북도, 경상남도를 구분하는 기준점이라고해서 
삼도봉이라고 하는데..
 

>벌써 힘들면 어떡하나 하고 한숨을 쉬면서 하늘을 봤는데
무지개를 발견했다!
이 무지개야말로
내가 지리산 종주를 끝까지 무사히 마치게 된다는
복선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싶었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

신혼여행때 산 사진기가 꽤나 맘에든다. 
대충찍어도 괜찮게 나오는 듯 싶다. 
전문가들의 눈에는 성에 안차겠지만... 
아이폰사진에도 만족하는 내 입장에서는 꽤나 괜찮았다. 
종주하는데 무슨 사진기야 하면서 고민도 많이 했지만  
결국엔 가져오길 잘한거 같다.
 

 

>화개재에 도착했다.

삼도봉에서 좀 힘들긴했으나 버틸만했고 
화개재 까지는 내리막이다보니 다리에 무리가 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등산 자체는 할만했다.

>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표지판을 보고 좌절했다.
앞으로 계속 오르막이라는 이야긴데..

>사람이 엄청 많을 걸로 생각했는데, 사람이 너무 없었다.
여기까지오는데 딱한 사람 보았으니.. 
오늘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내가 처음인줄 알았는데 
내 앞에 한사람이 있었나보다.

>오르막길 내내 나무사이로 비춰지는 햇살이
나를 부드럽게 이끌어줬다.
 

> 계속해서 보이는 돌길들…. 끝없이 이어졌다.

>드디어 토끼봉!

천신만고 끝에 토끼봉에 도착했다.
정말 죽는줄알았다. 
세석까지 못갈거 같고, 벽소령에서 자야하나 하는 
고민까지했으니.. 

>그리고 연하천대피소..

체력적으로 지친데다가 부실한 아침식사로 인하여
몹시 허기가 져서, 초코바와 영양갱으로 연명하며
겨우겨우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기쁜마음에 햇반을 구매한뒤, 3분요리 음식을 곁들여서 궁중요리 
부럽지않은 호화로운 점심식사를 마쳤다.
시간을 보니, 블로그에서 본 시간보다는 여유있게 올라온것 같았고 
배를 채우고 손과 발을 씻고 좀 쉬었다니 체력이 금방 돌아온듯한 
느낌도들어 신도나고 다시 자신감도 충만해졌다. 별거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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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와이어를 드디어 완결!! 했다

시즌 1,2는 다소 지루한 느낌도 있었지만,

시즌 3부터 조금씩 흥미를 느끼다가

시즌 4와 시즌 5는 각잡고 볼 수 밖에 없을 만큼 몰입해서 보았다.

특히 정치 관련된 부분은... 굉장히 인상깊었으며,

캐릭터 하나하나가 너무 생동감있고 매력있어서

거의 모든 배역의 배우들이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다.

 

더 와이어의 배경은 볼티모어인데,

무너진 시스템과 그 무너진 시스템속에서

나름의 방식을 택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여과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시스템에 순응하는 사람들..

시스템을 교묘히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

또, 거세게 저항하는 사람들..

 

문득, 볼티모어는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모습의 축소판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봐온 미드둘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으라면,

반드시 세 손가락 안에 꼽고 싶다.

 

인상깊은 글귀가 하나 있어서 남겨둔다.

You can hold back from the suffering of the world

You have free permission to do so and it is in accordance with your nature

But perhaps this very holding back is the one suffering you could have avoided.

-프란츠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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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을 보내며..  (0) 2025.01.01

인터넷 상에 나만의 글쓰기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줄곧 해오고 있었다.

이전에는 싸이월드를 통하여 주로 배설하듯 글을 써왔고

일촌이라는 존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식의 글들도 적지 않았다.

이제는 좀더 불특정다수에 노출되어있는 블로그라는 형태를 빌려서

나만의 공간, 그리고 또 나를 드러내기 위한 공간, 나와 나의 생각들을 모두와 공유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얼마전까지도 계속해서도 생각했던 것이지만

내가 가진 거의 유일한 특기가 글쓰기라고 생각되어진바,

내가 가진 직업적인 능력의 발전과는 별개로,

언젠가는 이루질 수도 있는 나만의 꿈..을 위한 약간의 준비를 이제서야 시작하는 셈이다.

 

어찌보면, 진정한 내 모습을 발견하기 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질 모습만을 생각하면서 겉돌았던 지난30여년간의 세월이 개탄스럽기도 하지만,

그러한 과정은 불가피한 과정이었으며,

앞으로도 반복될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에

시간낭비였음을 자책하기보다는

앞으로 그러한 과정을 어떻게 옳은 방향으로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의 블로그는 다음의 티스로티로 결정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별로 중요한 이유들은 아닌것 같다.

주로 나의 삶, 그리고 나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쓸 것이고

내가 관심있는 정말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보수집이 있을 것이며,

때때로는 내가 하지 못한 말들이 글의 힘을 빌려서 배설되듯 쓰여질 수도 있겠다.

 

하루라도 더 빨리 시작했어야 했던 일이었지만,

진짜 내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재미나게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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