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터즈, 타이거 우즈
2023년 마스터즈 대회가 지금 한창이다. 내가 4대 메이저 중 가장 인기있는 마스터즈를 제대로 본 것은 작년 봄 왼쪽 팔이 마비되었을 때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가기 전날 밤이었다. 부상으로 절뚝이면서 마스터즈에 참여한 타이거우즈가 힘겹게 라운딩을 도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골프를 하는, 해야만 하는 의미에 대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60세가 되어 백발이 된 프레드 커플스가 플레이하는 것도 인상깊었고, 새계 최고의 선수들이 오거스타 라는 곳에서 골프를 대하는 자세에 대하여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은거 같다. 내 손만 고쳐진다면, 골프를 제대로 연습해서 (그리고 성공해서) 언젠가 저런 곳에서 라운딩을 해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오거스타는...)
# 골프라는 스포츠
어떤 스포츠를 묘사함에 있어서 골프라는 스포츠 만큼 극적이면서, 또 상투적으로 묘사되는 것이 있을까 싶다. 단순 재미를 떠나서 인생까지 빗대여 표현이 되는 수준이니... 평소 아주 진지하시던 모 교수님께서 라운딩 약속에 못가게 되는 경우는 단한가지 본인사망에 외는 없다라고 확신에 차서 말씀하시던 생각이 난다. 예전에는 공하나 치는데 뭘 저렇게 까지 하나 싶은 생각을 자주 했던 거 같은데, 요즘은 그런 이야기들이 어떤 맥락인지 알 것도 같다.
# 나의 골프
골프를 치다보니, 실제 삶에서 내가 처한 상황이 라운딩에 반영되는 것을 느낀적이 있다. 심경이 다소 복잡할 때에 라운딩을 가면 샷도 이리저리 흔들리기도 하고, 뭔가 잘 풀릴 때에 가게 되면 샷에 자신감이 붙기도 하였다. 나의 실력은 비슷한 상황일텐데 내 상황이 어떤지, 동반자가 누군지에 따라 샷이 달라지기도 하며, 심지어 전반 후반, 홀마다 달라지기도 하였으니, 골프는 심리적인 부분도 중요한 스포츠가 분명하다.
나아가서는, 내가 역경?에 처한 상황에서 골프에 의존하고, 또 골프가 힘이 되어준 경험을 최근에 하게 되었다. 한살한살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성장하면 할 수록 여러가지로 힘들고 복잡한 순간들이 점점 더 많이, 더 큰 강도로 찾아오게 되는데, 골프를 생각하고 라운딩을 하면서, 감정이입이라는 표현처럼 골프에 인생이입?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면서 견디어 나가는 시간들을 최근에 경험하였다.
아주 안좋은 상황에서 라운딩이 제법 큰 힘이 되어 주기도 했고.. 어느 순간에 보니 내 삶에 깊숙히 들어와버린... 여느 그 상투적인 표현과 같이, 나도 내 인생에 골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 같다. 60살에도 마스터즈에 출전하여 전력을 다하고 있는 프레드커플스처럼, 나도 60살이 되어서도 여전히 더 성장하려 몸부림치고, 골프도 더 잘치려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이 분명하다.
# 계속해서 라운딩이 있는 삶
라운딩이 끝나갈 때 쯤이면, 잘쳤든 못쳤든, 알 수 없는 허무함에 복잡한 심경을 마주하곤 한다. 아마도 즐거운 라운딩이 끝났다는 아쉬움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거고, 그래도 다음주에도 라운딩이 있다고 하면 마음이 괜찮은 걸 보면, 라운딩은 나에게 희망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앤디 듀플레인은 희망이 좋은 것이라고 했고, 좋은 것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고도 했다.
계속해서 라운딩이 있다면,
계속해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골프도 인생도 나에겐 꽤나 좋은게 아닐까 싶다.